세상의 모든 무늬를 디자인하다, 진영엘이

작성일 :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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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 자동차, 시트, 가방 등에 다양한 무늬를 찍어내는 엠보싱 롤 기술은 한때 일본과 독일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진영엘이 조재혁 대표는 30여 년 전 이 미개척 영역에 도전, 끊임없는 노력 끝에 국산화라는 성과를 이루고 LG하우시스 등 다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주인공이다.


1980년 진영 로라 조각을 창업한 조 대표는 2002년 상호를 진영엠보스로 변경하였으며, 2013년에는 진영엘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필스 레이저를 사용해 직접 엠보 조각을 하게 된 것은 2013년의 일이며,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의 에버나이트 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100%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진영엘이에서는 컬러의 발현 능력을 얼마만큼 끌어올려 주는지, 또한 고객의 요구사항에 얼마나 순발력 있고 정확하게 대처하는지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고품격 엠보싱롤 제작 특허를 갖고 있는 이곳에서는 거래처에서 보내온 샘플을 3D스캐너로 처리하여 미세한 오류까지 놓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작업 과정에 대해 “우선은 테스트용으로 샘플을 만들어 클라이언트의 컨펌을 받고 진행한다”며 “기계가 스캔을 받아도 정확하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중간 중간 데이터를 수정하고 왜곡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서로 제작 과정을 공유하며 작업자와 함께 논의를 거친 다음 데이터 작업에서 최대한 원본에 가깝도록 작업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기술력을 키워올 수 있었던 진영엘이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조 대표는 “직원을 무엇보다 소중히 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차근차근 기술을 익히고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업무에 최대한의 편의를 봐 주고 배려해주는 게 조 대표의 경영 원칙이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다 보니 이직률도 자연히 낮아지고 연차와 함께 기술력도 쌓이게 되는 것이다. 조 대표는 현장을 꼼꼼히 살피며 기술자들에게 업무로 인한 애로사항이 없는지를 늘 체크한다고 한다. 그가 직원들을 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때 50여명에 이르던 인원이 불황으로 인해 크게 줄면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신뢰받는 기술은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 대표는 강조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예전에는 기술 면에서 일본 등에 뒤쳐졌었지만 지금은 대등한 위치에 있거나 오히려 넘어서는 케이스도 많다고 그는 자신하고 있다. 다만 일부 외국 기업들이 터무니없이 싼 단가를 제시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대기업들의 협력이 아쉽다고 조 대표는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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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인 LG하우시스 관계자는 조 대표를 향해 “진영엘이처럼 기술 집약적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며 “기술력이 곧 경쟁력인 세상에서 협력체와의 돈독한 신뢰관계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엠보롤로 벽지나 각종 제품의 문양을 찍어내는 작업은 고도의 섬세함을 요구한다. 문양이 한 번에 제대로 나오지 않아 몇 번이나 수정하며 다시 뽑아야 하는 수고도 따른다. 하지만 진영엘이에서 개발된 롤을 이용한 패턴이 시중에서 인기를 얻으면 그 뿌듯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조 대표는 “우리 제품으로 작업한 샘플이나 패턴이 건물이나 가구에 붙어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벽지나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산 엠보롤로 찍은 시트지가 매우 흔했다. 하지만 진영엘이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의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다 보니 거래처에서도 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한때 기술적으로 앞섰던 일본 기업에서 주문 의뢰가 들어오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문양을 찍는 기술이나 패턴이 우수할 뿐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생산 속도 역시 신속한 것이 신뢰를 얻게 된 비결로 꼽힌다. 

특히 새로운 패턴이 유행할 경우 회사가 얻게 되는 부가가치는 더욱 커지는데, 이는 30년의 기술과 땀방울이 축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유행하는 패턴을 고안해 내는 데에는 트렌드 파악도 필수다. 가령 1990년대 말, IMF 당시에는 반짝반짝 광이 나는 악어무늬 패턴이 유행했다. 이는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잊기 위해 오히려 화려한 것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 이서현 본부장은 진영엘이에 대해 “일본과의 경제 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요즘, 이전부터 모든 기술을 일본에 의존해 왔던 타 업체와는 달리 진영엘이는 오히려 일본, 유럽 등의 유명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알짜배기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해 소재나 부품의 국산화가 중시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강력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진영엘이와 같은 업체가 약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이 본부장은 덧붙였다.

엠보싱롤과 그라비아 인쇄 롤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꿈꾸는 조재혁 대표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세계 엠보롤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직원들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 그리고 진영엘이 가족들 모두가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이 오늘의 조 대표가 안고 있는 작고도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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